실습인데 뭐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다 온 셈이다.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던 삶을 살아왔던 터라 진심을 다 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는데 내가 본 영아들은 미운짓을 해도 영아들이기 때문에 다 예뻤다. 문제는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온다.
실습을 가면 한반만 맡으면 된다. 나의 경우 한 반에 두 반씩 사용이 되었다. 이걸 통합반이라고 부르는 걸까? 아무튼 거의 두 반을 도와줘야 하는 실정이다. 전담은 한 반이지만 나의 경우 옆 반이 주임의 반이어서 자리를 비우거나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줘야 하고, 눈치껏 움직일 때도 많았다. 도와주는 거야 사람에게 나쁜 의도가 없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어른들의 못된 습성에 어린이집이 싫어질 정도였다. 성향상 회사 내 정치를 못 견뎌하는 타입이라 나에게는 이 부분이 정말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이런 사내 정치가 심한 곳은 꼭 감시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으며 이 타이틀을 달고 어떻게든 누르려고 든다. 이런 것들에 민감하지 않고 눈치가 없는 편이고, 조직 생활이 다 그렇지 라고 생각된다면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재미날수도 있겠다.
내가 맡은 반은 만 2세이고 한 반당 6명의 영아들이 있다. 일주일은 이름을 의도적으로 외우느라 공을 들였다. 나의 경우 12명의 영아들의 이름을 외워야 했다. 손 씻기, 양치는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라 12명을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고, 나머지는 내가 맡은 반이 우선이고, 그 오에 옆반을 도와야 한다. 안 도울 수도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어차피 5초 이상 가만히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9시부터 6시까지 한 시간 휴게시간 외에는 끊임없이 일이 주어진다. 다음 것을 하기 위해 아주 잠깐 머릿속으로 로딩을 하고 있으면 바로 일이 주어진다. 그러니 보이는 데로 움직이는 게 속편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게 된다. 그렇다고 설명을 자세히 해주지도 않는다. 왜냐고? 그래야 실습생이 쫄 수 있다. 몰라야 자신감이 없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두어번 30분만 휴게시간을 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나이가 있는 선생님이라 본인도 그렇게 살아왔을 가능성이 있어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 후 무슨 말을 들었는지 1시간의 휴게시간은 지켜졌다. 나는 50분만 쉬고 10분은 12명의 아이들의 물을 갈아주는 루틴을 했다. 10분 쉬는 시간은 지키지 그랬냐고 하겠지만 이것도 성향이라 나는 이렇게 하게 되더라.
이런저런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내 일만 꾸준히 해야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실습생이라고 소소한 것을 도와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 도와주는 성향에 속하며 내가 당장 급한 것이 있다면 설명을 한다. 그러나 소소하게 뭘 주고 자기 맘대로 자기 일을 도와주길 바라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러니 실습생이라고 주는 데로 뭘 받지 말자. 나는 원래 안 받는 성향인데 둥글둥글해 보이고 싶어 받았다가 소소한 일을 시키려는 사람이 있었다.(물론 우리 반도 아니고 옆 통합반도 아니고 다른 반이다.) 나도 도와주는 성향인데 의도적인 게 보이면 해주기 싫다. 그리고 나도 뭘 급하게 해야 해서 하지 않으면 표정이 금세 변한다. 그러니 아무나 베푸는 친절을 조심하자. 이 사람은 기본 개념이 없다. 상대방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자기 일까지 시키고 싶은 사람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면 나도 기쁜 맘으로 충분히 돕는다.)
그리고, 총 4번의 수업을 하게 되고, 기획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2개는 소모성의 수업 재료 제작이고, 나머지 2개는 영구성 교구 제작이다. 상황을 잘 봐라. 영구성 교구는 본인들이 가져야 해서 주제 선정에 대해 예민하게 굴 것이다. 그리고 달라고 하면 나는 줄텐데 나는 처음에 못 알아들었다. 왜? 정확한 워딩을 사용하지 않는다. 본인들도 교구를 달라고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무언의 압박을 해야 하니까. 나는 성향상 피해를 줄까 싶어 쓰레기 일 수 있으니 내가 가져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져가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미운털이 박힌다. 내가 물어도 이상한 답변이 돌아오며 비언어적인 압박이 들어온다. (그리고 만든 재료들을 숨길수도 있다.) 실습생이 영구성 교구 제작을 하면 본인들이 앞으로 써야 하니 자기들끼리 이 상황을 계획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원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간다. 나의 경우 소모성에서 꽃을 심었는데 이건 나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바로 직전에 제작한 영구성 교구 제작에 너무 힘들었다. 일주일 동안 잠도 못 자고 꼬박 밤을 세운날이 있어(물론 퇴근 후 집에서 하다가) 나는 좋다고 말하면서 심을 수 있는 큰 통이 있는데 그 통을 몇 개를 심어야 하는지 두어 번 물었는데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 무언의 표정만 돌아왔다. (이런 상황이 압박이다.)
내가 제작한 교구는 얼마든지 줄 수 있는데 (내가 그걸 가져다가 쓸 일이 없다.) 이런 방식이면 괘심해서 주기 싫어지는 것이다. 나중에는 '먹고 떨어져라'라는 마음이 들어 그냥 신경 안 썼다. 실습을 하면서 돈이 꽤 들었다. 교구제작과 흙과 꽃 등과 다른 여러 것을 구매하는데 돈이 꽤 나가더라.
그리고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야 내 일을 할 수 있다. 일지나 교구제작 같은 것 말이다. 일지의 경우 일일보육일지와 더불어 관찰일지도 매일 작성해야 해서 처음에는 시간을 좀 들여야 한다. 이것도 충분히 할 수는 있는데 일을 시키는 자의 본성을 알면 하기 싫어진다. 대학원 진학의 목표가 아니면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아무튼 실습하다가 중간에 뛰쳐나올뻔 했다. 요즘은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살 텐데 여기는 낡아빠진 예전 마인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곳이다. 내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문제가 터질 곳이다. 나도 한 번은 욱해서 점수를 그냥 깎으라고 했다. 물론 큰소리 나게 말하지는 않았다. 교구 제작이 늦어져서 기한을 못 지킨 일이 있다. 그런데 집에서 밤을 세도 안되더라.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밤을 새우고 교구제작을 해도 여건상 그렇게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 수 없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가는 더 견고해야 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6개의 가방을 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메고 다니자 가방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더라. 어이가 없었다. 앞으로 2주 동안 2개의 수업을 더 준비해야 하고, 1개의 교구제작은 평가가 4일 정도 앞당겨져 있어 2개를 같이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6시 퇴근 후 일지, 관찰일지, 교구제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일지는 밀렸다.) 내가 뭘 알아서 그걸 만든 게 아니고 해야 되니까 어떻게든 만들어낸 것이다. 어린이집에서는 계속 움직여야 하고 교실 청소가 끝나면 본인들의 다음 해야 할 수업준비를 돕거나 장난감 세척이나 정리 등의 일이 주어지며 일주일 동안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주어져있기도 하다. 쓰레기, 빨래를 포함한 루틴이 주어져있다. 휴게시간은 무조건 잤다. 그래야 오후시간에 버티니까. 이렇게 하고 집에 와서 뭘 하겠는가. 그런데 해야 하니 또 한다. 그래도 안되어 기한을 못 지켰다. 그래서 점수가 깎여야 되는 상황이라면 감점을 주라고 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점수를 쓴 평가서를 밀봉해준다. 그렇게 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안 열어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정말 상관없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디자이너로 살면서 밤을 새운 적도 많고, 회사일을 하는 외에 내가 직접 나의 회사를 운영한 경험도 있어 무슨 일을 하면 집착하는 편이다. 말 그대로 일중독이 좀 있다. 이런 나의 성향에 나는 최선을 다했다. 몇 점을 주건 나는 상관이 없다. 내가 일을 못했다고 평한다면 실습생이 10년차의 능력과 비교된다면 좀 억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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